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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저작권

능력 있으면 무죄, 없으면 유죄?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했어도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어

※ 이 기사는 일부 수정·보완을 거쳐 코리아 트리뷴(www.koreatribune.co.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창작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 괴로움을 해산의 고통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전공자들도 각종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 시대에 타인의 작품보다 눈에 띄게 창작을 해 낸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정말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창작을 했어도, 혹시 유사한 기존 작품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의도하지 않게 표절 시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창작하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타인의 작품을 놓고 이를 참고하거나 조금씩 변형해 나가면서 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수월한 경우가 많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작곡을 하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디지털 작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타인의 이미지나 영상을 가져와서 이를 변형하면서 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처음부터 하나씩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분명 저작권 침해이다.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 이미지나 영상 등의 편집 능력이 뛰어나서 원래의 형태를 다 없애버렸다면 무죄이고, 능력이 좀 부족해서 원래의 형태가 남아있다면 유죄라는 뜻인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원저작물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거나, 변형을 했지만 창작성이 가미되지 않으면 복제권 침해가 성립된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변경하여 원저작물의 내용ㆍ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에 손상을 가한 경우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된다. 허락을 받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에 창작성을 부가하여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면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위 판결은 야구 게임 캐릭터에 관한 것인데, 대법원은 ‘신야구’ 캐릭터는 신체 부위를 2등신으로 나누어 머리의 크기를 과장하고 다른 부위는 과감하게 생략하는 한편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리를 생략하되 발을 실제 비율보다 크게 표현한 점 등에서 ‘실황야구’ 캐릭터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이는 그 전부터 흔히 사용되던 것이고, 얼굴 표정이나 신발의 구체적인 디자인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아 ‘실황야구’ 캐릭터의 복제물이나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어문저작물이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석굴암에 관한 ‘서적’은 석굴암의 이념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고 있고 석굴암의 창건 동기 등에 관한 서술은 보조적 주제에 불과하지만, 석굴암에 관한 ‘소설’의 주제는 김대성이 삼국통일 과정에서 야기된 혼란과 반목을 종교의 힘으로 극복한다는 것이어서 그 장르와 주체 및 전체적인 구성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할 수 없는 점, 서적과 소설은 삼국시대라는 역사적 배경과 김대성 설화 및 석굴암이라는 소재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에 관계되는 단어나 구성에 공통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부득이한 점 등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면 소설이 서적에 대한 복제권이나 2차적 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다14375 판결).


이들 판결문 중에서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즉 허락을 받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내 창작 활동에 이용하였더라도 그 결과물이 타인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저작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작권법은 ‘표현’된 결과만 보호하기 때문에 그 과정은 문제 삼지 않는 것일까? 그런데 학자들은 저작재산권 침해 여부의 판단과 관련하여 저작권법에 등장하지도 않는 ‘의거’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저작물의 표현을 인식하고 그것을 이용한다는 의사를 가진 상태에서 실제로 이용해야 하는 것도 판단 요건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창작이란 무엇일까?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그런데 위 판결들에 따르면 “남의 것을 모방”했어도 그것을 많이 변형하거나 나만의 창작적 요소를 많이 부가하였다면 창작성이 인정된다는 결과가 된다.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뜻일까? 모방을 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변형하고 새로운 창작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일까?


그러나 이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변형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고 있는 저작권법 규정에 배치되는 해석이다. 허락을 받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저작물을 복제 또는 2차적 저작물작성 등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다.


어쩌면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리 대단하거나 고차원적인 작업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예술을 전공하면 학교에서 창작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무수한 훈련을 통해 그 기술을 다듬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모방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창작을 하는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있겠다.


법은 인간이 만든 제도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 이미 불완전하여, 사람의 마음속까지 통찰할 수 없어 결과만 재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심의 동기와 행위의 결과가 일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적용돼야 할 것이다. 법은 완전하진 않지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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